[4983]

그러니까 말이죠, MacGuffin #23을 완성하고 난 뒤에 친구랑 대화를 나눴는데 그 친구가 "23은 너무 현대적이다"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이, "여태까지의 맥거핀 시리즈는 레트로 감성이었지만 23은 모던하다. 맥거핀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들은 맥거핀 시리즈 특유의 올드한 감성을 좋아하시는 걸텐데, 4년만의 복귀작인 23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걸 보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였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23은 이미 완성을 했고, 그렇다고 레트로한 느낌으로 수정을 하자니 그건 어려워보이고...

그래서 한 곡 더 쓰기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4983입니다! 이번엔 생애 최초로 한 이벤트에 BMS 2개를 내게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감개가 무량하네요~ 상기한대로 이번 맥거핀은 23과는 다르게 올드하고 레트로한 느낌을 살린 곡인데 어떠신가요, 두 곡의 대비가 느껴지시나요? 이렇게 놓고 보니까 "4983 자체 OLD VS FUTURE"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처음 곡을 쓰겠다고 생각했을 땐 레트로함을 살리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민을 한 결과 한동안 쓰지 않았던 보컬 찹을 사용하고 확실한 레퍼런스를 정해서 써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레퍼런스로는 DJ FX, 그러니까 와타나베 히로시님의 테크노 트랙들을 메인으로 삼기로 했고요. 대표적으로 Acid Bomb라던가 Attack the Music 같은 곡들인데, 킥드럼과 크래시 심벌의 활용이나 상대적으로 동적인 느낌을 주는 패드 등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이 곡을 들으시면서 DJ FX의 흔적이 느껴지셨다면 제 의도가 제대로 작동한 셈이겠네요.

BGA는 오랜만에 SmiGoon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또한 오랜만에 SmiGoon님이 어나더 믹스를 준비해주셨습니다. 원곡과 색다른 맛이 있는 리믹스니만큼 이 쪽도 재밌게 즐겨주세요!

한편 이번 파밧의 주제인 이세계에 대해서 말인데요, 요즘 이세계하면 VR이라던지 전생, 빙의 등으로 만끽하는 이세계 라이프가 대세라는 느낌이죠. 근거는 없지만 본격적인 이세계물 붐이 거기서 시작했다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비록 기술이나 작법이 발달하지 못해서 지금에 비할 바는 아니었을지언정 과거에도 MMORPG나 시뮬레이션 장르도 충분히 이세계 느낌을 냈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시뮬레이션 장르 게임 중엔 1세대 리듬게임들도 있었죠. 특히 초기 EZ2DJ나 beatmania는 디제잉 시뮬레이션에 충실한 게임이었는데, 스크래치를 통해 턴테이블을 조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점이나 건반부를 신시사이저나 시퀸서는 물론 드럼 머신으로 활용한다던가 하는 점이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beatmania의 경우 콘솔판에 나름의 설정과 스토리까지 넣어서(클럽 DJ가 되어서 스테이지를 책임진다는) 클럽에서 디제잉을 한다는 느낌을 전달하려 노력했던 게 눈에 띄었죠.

그러니까 이런 점들을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과거 1세대 리듬게임들도 충분히 "이세계물"로서의 요소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세계관 및 설정과 그걸 뒷받침하는 스토리, 그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실을 모방한 조작체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곡과 패턴들. 충분히 설득력 있지 않나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MacGuffin #24 또한 이번 파밧의 주제에 어울리는 참가작이 아닐까 싶네요!

말이 길어졌네요. 어찌됐건 여차저차해서 준비한 두 번째 엔트리 MacGuffin #24, 이 쪽도 재밌게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작품의 2차 창작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 트위터 메인 트윗으로 걸어뒀으니 부디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SmiGoon]

"뭐야, 나 #23 패턴만 짜는 거 아니었어?"

안녕하세요, 2일만입니다, 이번에도 참가했습니다. 패턴, BGA, 그리고 어나더 믹스로 참여했습니다.

MacGuffin #23 패턴을 다 짜고 쉬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생전 처음 듣는 곡을 건네받았습니다. 그러면서 패턴이랑 BGA, 어나더 믹스를 부탁한다는 말을 듣는데 그걸 들으니까 당황스러워서 이게 뭔 일인가 싶었습니다. 이게 웬 날벼락이야?

패턴은 MacGuffin #23에서 말씀드린대로 5키 비트매니아 감성을 팍팍 담았는데, #23이 약간 현대적인 감성을 살렸다면 이 쪽은 상대적으로 올드한 감성으로 만들었습니다. 곡과 마찬가지로 #23과 #24의 차이가 느껴지셨다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번에도 LU님께 난도 책정을 부탁드렸습니다. 한 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BGA는 언제나 그렇듯 GOT TO BE REAL, BGA PARTY CLASSIC / UNLIMITED 무료 소스를 사용했고, 그 외에도 videvo나 Youtube의 무료 영상들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레이어 이미지는 제가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슬슬 소재가 떨어지는 느낌이라 새로운 무료 소재를 발굴해야 할 거 같습니다. 힘드네요. 자세한 사용 내역은 [출처 표기] 문단을 참고해주세요.

타이틀 이미지는 이번에도 ゆんフリー写真素材集의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유지보수가 안 되어서 접속이 안 되는 페이지도 있는데, 아직 살아있는 일부 메뉴에 접속해서 적당한 이미지를 찾아서 썼습니다. 신세 많이 진 사이트인데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걸까요.

어나더 믹스, BOF 참가용으로 작곡하다 잠시 보류 중인 곡을 제외하면 4년 만에 작곡을 했습니다. 그리고 DnB는 5년만이고요. 참 오래 걸렸네요. 휴식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레퍼런스는 원곡이 DJ FX를 리스펙트한 곡이니만큼 저 역시 와타나베 히로시, 정확히는 QUADRA를 리스펙트하는 의미로 Deep Clear Eyes와 Deep Clear Eyes (THE BLEEPING UP MIX)를 메인 레퍼런스로 삼았는데 그 중에서도 스트링과 퍼커션의 활용, 그리고 멜로딕한 느낌을 내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QUADRA제 DnB 그 특유의 감성이 정말 좋습니다. 여러분들도 시간 나실 때 들어보세요.

곡을 만들 때 중시했던 점은 '이전과는 다른 어나더 믹스를 만들어보자'였습니다. #12는 리믹스가 아니라 에딧이었고 #16은 리믹스라고는 하지만 장르만 다를 뿐 원곡의 구성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던지라, 이번엔 구성을 아예 다르게 가져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완성을 하고 보니 목표를 달성한 거 같아서 전 꽤 만족스럽습니다.

어나더가 하드보다 쉬운 건 사실 MacGuffin #12를 작업하고 나서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기획입니다. 과거의 어나더는 말 그대로 별개의 패턴 같은 개념이었고, 그 중에는 하위 패턴보다도 쉬운 패턴이 수록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이건 5키 비트매니아보다는 초기 투덱에서 흔히 본 거 같네요). 그런 과거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언제 한 번 하드보다 쉬운 어나더를 만들어보자고 했었는데 그게 12년이 걸렸네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아, 여러분들은 DnB가 5키 비트매니아 시절엔 그렇게 어려운 장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신가요? Deep Clear Eyes나 super highway, Drumfunk처럼 당대 최고 레벨, 혹은 그에 준하는 난도를 배정받은 곡들도 있었지만 TOTAL SCIENCE의 곡들이나 SODA처럼 의외로 중저렙 포지션을 담당한 곡들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당시엔 DnB 특유의 복잡한 드럼 비트를 그대로 패턴에 담아낸 경우가 거의 없었고 대부분 기본적인 드럼셋과 멜로디, 샘플 및 SFX를 패턴에 주로 썼기 때문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쉬운 DnB를 표방한 이번 어나더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기획은 아닌 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네, 간단하게 말하면 변명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곡을 쓸 때부터 설계했던대로 패턴이 딱딱 만들어지니까 그 부분은 참 재밌었습니다.

여튼,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출처 표기]

타이틀 이미지는 ゆんフリー写真素材集의 사진을, BGA 소스는 GOT TO BE REAL, BGA PARTY CLASSIC / UNLIMITED 무료 BGA 샘플을, TV Static Noise 효과는 videvo 영상(http://www.videvo.net/video/static-noise-1/377/)을, TV Turn off 효과는
Infinity Mania 채널에서 제공하는 영상(http://www.youtube.com/watch?v=_rxOf1MYVpg)을 사용했습니다.

layer_XXX라는 이름이 붙은 레이어 이미지는 SmiGoon의 자작 레이어입니다. 무료 공개이니 혹여나 BGA에 사용하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사용해주세요. 2차 가공 및 변형도 물론 허용입니다.